
2025년 6월 10일, WWDC25(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애플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존의 각기 다른 운영체제(OS) 명칭을 ‘26’이라는 공통 숫자로 통합했으며, 인공지능 기반의 신기능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또한, 전면적으로 개편된 디자인 시스템 ‘Liquid Glass’의 도입을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소개된 ‘Liquid Glass’는 2013년 iOS 7 이후 12년 만에 등장한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로, 최근 출시된 Apple Vision Pro의 OS인 visionOS에서 영감을 받아 유리 질감과 깊이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새로운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바뀐 것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더욱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며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애플이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Liquid Glass’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Liquid Glass’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핵심 원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사례입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19세기 말 요소주의(사물을 단순한 요소의 집합으로 보는 관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으로,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것으로, 개별 요소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패턴이나 구조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는 여러 원칙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근접성 원칙’과 ‘유사성 원칙’이 있습니다. 근접성 원칙은 가까이 있는 요소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된다는 의미이고, 유사성 원칙은 비슷한 색상, 형태, 크기를 가진 요소들이 서로 연관된 것으로 여겨진다는 뜻입니다. Liquid Glass 디자인에서 유리 질감, 투명 레이어, 정보의 계층화 등은 바로 이 두 원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 덕분에 정보 구조가 명확해지고, 사용자는 시각적 질서와 일관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투명 레이어와 빛의 굴절 효과는 시각적 대비를 높여 사용자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다양한 요소 간의 균형과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디자인에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균형, 대비, 강조, 통일의 원리와도 잘 맞닿아 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이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합니다. 기존의 평면적이고 정적인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입체적이고 유동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환경과 콘텐츠에 따라 실시간으로 유리의 색상과 투명도가 변화하는 효과는 화면 안의 요소를 단순한 그래픽이 아닌 실제 오브젝트처럼 느끼게 하여 몰입감을 높입니다.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거나 스크롤을 할 때, 인터페이스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주는 것도 특징입니다.

또한, 투명 레이어와 깊이 효과를 활용해 정보의 우선순위와 계층 구조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사용자가 중요한 정보와 부가 정보를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하여, 복잡한 화면에서도 원하는 기능과 콘텐츠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점은 게슈탈트 심리학의 또 다른 원리인 ‘도형-배경 원리’와도 연결됩니다.
이번 디자인 변화는 단순한 미적 혁신을 넘어, 사용자 경험의 본질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애플의 새로운 디자인은 현재의 미적 혁신에 그치지 않고, 미래형 디바이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Liquid Glass는 작년 출시된 Apple Vision Pro뿐 아니라, 스마트 안경, 유리 디스플레이, 투명 OLED 등 차세대 하드웨어와의 연계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 디자인입니다.

이런 미래형 하드웨어에서는 UI가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듯 한 깊이감과 투명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Liquid Glass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마치 공간 속에서 정보를 조작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투명 OLED,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은 실제 상황과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하여, 여러 정보 계층이 겹쳐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투명하고 유동적인 UI가 가독성 문제나 주의 분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래 기기에서는 몰입감과 직관성을 높이고, 공간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Liquid Glass는 앞으로 디지털 경험을 선도할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이자, 미래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애플의 새로운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변화를 넘어, 디자인 철학과 미래 기술의 연결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선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디자인이 변화시킬 디지털 환경의 미래가 기대됩니다.